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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범망계본007
이름 동봉스님 날짜 2018-01-10 [05:36] 조회 165

기포의 새벽 편지1093
범망계본007
동봉


당신이 보살입니다2

지난해 12월 23일이었습니다
직지사 조실이자 한국불교계의 거목
영허당 녹원 대종사께서 열반에 드셨지요
내게는 은계로 '사촌사형님'이신데
12월 27일 직지사에서 다비에 부쳤습니다
아! 그런데 그렇게 추울 수가 없었지요
창자까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핸드워머hand warmer가 앞앞이 주어졌지만
워낙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나였습니다

"스님, 동봉스님이시지요?"
한 젊은 거사가 다가와 인사를 건넵니다
"스님, 많이 추워보이세요."
나는 어떨결에 몸을 떨며 대답했습니다
"아! 네, 거사님. 생각보다는요."
젊은이가 장삼가사를 수한 내 어깨를
왼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만져보더니
"아이고! 스님, 패딩 안 입으셨군요?"
내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패딩이요? 그게 뭔데요?"
평소 알고 있던 용어도 때로는 깜깜입니다

"거위털이나 오리털을 넣은 방한복입니다."
그제서야 아침에 대각사를 출발할 때
장삼과 가사만 제대로 수한다면
웬만만 추위는 좀 막아줄거라 생각들어
속에 받쳐입지 않은 누비가 기억났습니다
젊은이가 자신이 들고있던 핸드워머를
내게 건네며 따스한 말을 남겼습니다
"스님, 제 핫팩 쓰십시오. 전 또 있습니다."
내가 들고 있던 핸드워머를 보이며
"거사님, 여기 있습니다 괜찮아요."
한사코 내 손에 핫팩을 더 쥐어주었습니다
아! 그가 보살입니다

이른 새벽입니다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자
다니는 절을 향해 열심히 걷습니다
맏추위小寒가 지난지 닷새
끝추위大寒를 향해 달려가는
새벽녘 찬공기가 생각보다 날카롭습니다
장갑 낀 손이 조금씩 차가와지고
털신을 신었는데도 발이 여전히 시립니다
입에서 내뿜는 뽀얀 입김조차 얼어
들이마실 때 헉헉 숨이 가쁩니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할머니, 새벽 예불 가시는구나!"
"아이구! 난 누구시라고!"
"할머니 손이 많이 시리시지요?"
"그러네. 오늘 따라 날씨가 제법 춥구먼!"
"자, 여기 손난로에요 할머니!"
추운 겨울 새벽이면 가끔 핫팩을 건네며
"할머니, 제 기도도 해 주세요"하곤
씽긋 웃어주는 젊은 청소부가 있습니다
아! 그가 보살입니다

할머니와 서너살 먹은 손자가 왔습니다
대각사 3층 법당에서 참배를 마친 뒤
신발을 신고 지팡이를 짚는 할머니에게
어린 손자가 말을 건넵니다
"할머니, 지팡이 주세요."
할머니에게는 지팡이가 꼭 필요합니다
할머니가 묻습니다
"지팡이는 왜?"
어린 손자의 답이 명품입니다
"지팡이가 무거울 거 같아 들어드릴려고."
할머니는 손자의 마음을 압니다

반드시 필요한 지팡이지만
어린 손자의 갸륵한 마음이 고맙습니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손자에게 줍니다
손자는 한 손으로 할머니의 지팡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할머니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갑니다
할머니 걸음걸이 보조에 맞추고 있습니다
손자는 아주 조심스레 걷습니다
그렇게 2개 층 계단을 다 내려간 뒤에야
손자는 지팡이를 할머니에게 건네고
옆걸음 모둠발로 강종강종 뜁니다

할머니에게서 지팡이를 달래
지팡이를 대신 가져다드린다는 손자
그래요
그가 곧 보살입니다
게다가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할머니 손을 잡아드리는
서너살배기 손자의 마음이 보살입니다
지팡이가 없으면 걷기가 불편하지만
어린 손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할머니
그녀가 그대로 보살마하살입니다
아름다운 실행이 보살입니다

"아! 요즘 젊은이들은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말세라고, 말세라니까"
"도의가 땅에 떨어진 거지 뭐!"
세대의 단점부터 늘어놓습니다만
과거에도 도척盜跖이는 있었고
현재도 앞으로도 도척이는 있을 것입니다
역으로 옛날에 성인 군자들이 살았다면
지금 이 시대에도 괜찮은 이가 있고
앞으로도 마음씨 고운 이들은 있습니다
마음 고운 사람이 곧 보살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말을 함부로 하는 애들이 많다고 하지만
옛날에도 말을 함부로 하곤 했지요
나는 얘기하건대 이와 마찬가지로
옛날에 고운말을 쓰는 이들이 있었다면
지금도 앞으로도 그런 이들이 있다고 봅니다
아름다운 말 고운말
희망을 주는 말은 언제나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많이 변한다 하더라도
희망의 씨를 이어가는 이들은 반드시 있습니다

범망梵網의 그물코는 깨끗합니다
말콤 글래드 웰의《아웃라이어Outlier》가
범망의 그물코와 100% 일치하지 않더라도
나는 '아웃라이어의 법칙'들을 좋아합니다
더러 황당한 얘기들이 등장하긴 하나
때로 희망을 주고
때로 기쁨을 주고
때로 행복을 주는 법칙들이 있습니다
범망의 깨끗한 그물코에는
희망과 기쁨과 행복의 법칙이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집니다
핸드워머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의 지팡이를 들어드리려는
어린 손자의 고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손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꼭 필요하지요
그대로가
온통 보살의 행이고
온통 보살의 언어며
온통 보살의 마음입니다


01/10/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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